경이로운 로토루아(Rotorua)

경이로운 로토루아(Rotorua)

2019-05-30 2 By Adam and Eve

환태평양 조산대 불의 고리 내에 위치한 로토루아는 짙은 수증기를 내뿜으며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는 간헐 온천, 달구어진 가마솥 안의 팥죽처럼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진흙탕, 화가가 물감을 타놓은 듯한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호수와 웅덩이가 있는 신비로운 지열 공원, 우거진 숲 사이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온천이 흐르는 개울 등 신비로운 것들로 가득 찬 원더랜드이다. 로토루아 도심과 시외 어디를 가든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땅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김, 그리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섞은 계란 냄새, 바로 유황 냄새이다. 로토루아는 우리가 서있는 지구가 단지 정체된 땅덩어리가 아니고 살아서 숨 쉬고, 포효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계속하는 역동적인 생명체와 같다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로토루아 시내 중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포후투 간헐 온천 (Pohutu Geyser). 수증기와 함께 뜨거운 온천물을 30미터까지 공중으로 뿜어내는 이 간헐 온천은 하루에 20번까지 분출하는데 언제 분출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로토루아와 그 인근에서는 달구어진 가마솥 안의 죽처럼 지열로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진흙탕을 흔히 볼 수 있다.
로토루아에서 남쪽으로 25분 운전 거리에 있는 와이오타푸 서멀 트랙(Wai-O–Tapu Thermal Track)은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진흙탕을 볼 수 있는 ‘진흙탕 모둠 산책길’. 이브는 과거에 이곳에서 동료 여행객과 함께 통나무 울타리를 뛰어넘어 날계란 하나를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진흙 위에 올려놓고 이것이 익는지 실험(?) 해보았다. 약 10분 정도 기다리니 계란이 반숙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안전을 위해 설치해 놓은 울타리를 넘어가는 것은 위험한 짓인데 그때는 젊은 객기로 그만…. 🤣
와이오타푸 서멀 원더랜드 (Wai-O-Tapu Themal Wonderland)에 있는 대형 샴페인 풀 (The Champagne Pool). 샴페인처럼 물속에서 가스 방울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화산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산화탄소라고 한다.
와이오타푸 서멀 원더랜드에는 화가가 물감을 섞어놓은 듯한 다양한 색의 호수나 웅덩이를 많이 볼 수 있다. 위 사진의 물이 녹색인 이유는 따듯한 온천물이 계속적으로 공급되어 이런 환경을 좋아하는 녹조류가 번창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열로 덥혀진 따듯한 물이 흐르는 개울 케로신 크릭 (Kerosene Creek)은 로토루아에서 남쪽으로 약 35분 운전 거리에 있다. 물은 몸을 담그고 있기에 너무 뜨겁지고 차갑지도 않은 완벽한 온도이지만 미세한 흙 입자들이 섞여있어 물 색이 약간 밤색을 띠고 수영복에 흙물이 들기도 한다.
케로신 크릭의 상류. 주차장에서 숲속으로 10미터 정도 걸어들어오면 바로 개울이 나온다. 주변에 화장실이나 탈의 시설 등이 없는 천연 그대로이다.
케로신 크릭에 많은 관광객들이 들리지만 대부분 오래 머물지 않고 물에 잠깐 들어가 인증 사진을 찍는 정도이기 때문에 그다지 붐비지 않는 편이다.

그 외에도 호숫가에서 호화롭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폴리네시아 스파 (Polynesia Spa)와 지열 공원에서 피부에 좋다는 진흙 욕을 할 수 있는 헬스 게이트 머드 바스 (Hell’s Gate Mud Bath) 등도 로토루아에 있는 빼놓기 아까운 명소들이다. 그런데 이런 곳들은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공짜로 갈 수 있는 케로신 크릭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지열로 펄펄 끓는 우물.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들은 망에 음식물을 넣어 이런 뜨거운 물에 담가 놓는 방식을 사용해 요리를 하기도 했다.

로토루아는 볼거리와 할거리가 많은 굉장히 흥미로운 관광명소인데 사실 나는 속으로 아담과 함께 이곳에 온 것을 뒤늦게 후회하게 되었다. 과거에 내가 배낭여행을 하며 로토루아에 왔을 때 처음 샴페인 풀(The Champagne Pool)을 보고 너무나 신기하고 아름다워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는데 이번에 아담에게 이 풀을 보여주고 내가 느꼈던 진한 감동을 그와 함께 나누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담의 얼굴 표정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흥분도 감동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실망스러웠다. 나와 여행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없는 것인지……

가을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로토루아 시내의 가로수. 유명하고 인기 있는 관광지이지만 로토루아는 개발이 그다지 많이 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내가 20 대 중반이었을 때 포후투 간헐 온천에서 20 대로 보이는 독일 남자 여행객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그와 나는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아 며칠 동안 함께 여행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샴페인 풀을 보고 감동하고, 녹색 물로 가득한 호수를 보고 ‘악마의 눈’이라고 우리 나름대로 작명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뜨거운 진흙 위에서 계란을 삶아 먹기도 하고, 싸구려 백패커 숙소 뒤뜰에 설치되어 있던 스파에서 함께 스파를 즐기기도 했다. 한창 젊었었기 때문인지,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였는지 우리 둘은 함께하는 매 순간 너무나 행복했었다. 좋은 것을 보고도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담을 보며 부질없이 내 마음은 자꾸 좋았던 과거를 더듬었다. 결국 나는 과거의 추억이 있는 곳에는 오래 된 배우자와 함께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어쨌든, 아담은 자신의 무덤덤한 표정은 며칠 전에 아프기 시작한 자신의 몸이 여전히 안 좋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라고 나중에 해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