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가 한창인 독수리 바윗길

야생화가 한창인 독수리 바윗길

2019-08-30 2 By Adam and Eve

시드니 남쪽에 있는 로열 국립 공원 내에 해안선을 따라 나있는 27km의 등산로 중 특히 게리 비치 (Garie Beach)와 와타몰라 (Wattamolla) 사이 구간은 이른 봄인 요즘 특히 더 아름답다. 그 이유는 약 3년 년 전에 있었던 산불로 인해 검게 탄 나무들이 여전히 사슴의 뿔처럼 서있는 그 밑으로 새로운 생명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다양한 야생화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아 식물들도 한국에서처럼 계절에 따라 시각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 이곳은 그나마 시드니에서 봄을 목격할 수 있는 흔치않은 곳이다.

게리 비치에서 해안선을 따라 와타몰라까지는 여유롭게 걸어서 약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이고 게리 비치에서 단 한차례 경사진 산을 약 20분 정도 올라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평평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코스이다.

멀리 보이는 게리 비치에서 경사진 길을 따라 산의 정상에 오르면 이런 멋진 전경이 펼쳐지고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계속해서 볼 수 있다.
검은색의 죽은 나뭇가지들이 녹색의 풀과 야생화와 대조를 이루며 기이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까지 키가 크거나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없기 때문에 시야가 트여 전망을 즐기기에는 현재가 오히려 화재 전보다 좋은 면이 있다.
그런데 호주의 토종 식물들에게 산불은 죽음과 자연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호주의 토종 식물들은 그 씨가 아주 단단해서 도저히 열 수가 없는데 이것이 불에 약간 구워져야만 위의 사진에서처럼 씨가 벌어진다. 이들에게 불은 자손을 퍼뜨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의미한다.
최근 국립 공원에서 해안선 등산로의 거의 전 구간을 보드워크(Boardwalk)로 개선해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젊은 가족들도 쉽게 올 수 있게 해놓았는데 흙과 돌을 밟으며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하는 젊고 건강한 등산객들에게는 지나치게 잘 닦인 이 길이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다. 장대처럼 하늘 높이 치솟아 끝에 빨간 꽃을 피우는 가이미아 릴리(Gymea lily)가 현재 만개해있다. 가이미아 릴리는 뉴케스 (Newcastle)과 울렁공(Wollongong) 사이의 시드니 근교 해안선 가까이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호주 토종 식물로 꽃대가 4-5미터까지 자란다.
5미터 높이까지 자라며 창과 같은 모양의 긴 꽃대에 수많은 초소형 꽃을 피우는 그라스 추리(Grass tree). 그라스 추리는 시드니가 속해있는 NSW 주의 동부에서만 볼 수 있는 호주 토종 식물이다. 그라스 추리는 큰 나무들이 우거지고 그늘진 숲속에서 자라는 것을 흔히 보아왔는데 여기에서는 죽은 나무들 위로 하늘을 찌를 듯이 도발적으로 서서 극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가까이에서 본 그라스 추리의 꽃. 웬만한 성인의 팔뚝만 한 꽃대의 굵직함, 색, 모양 등이 예술적이라 많은 사람들이 탐내는 식물로 선정적인 아름다움까지 갖고 있다.
어떤 구간은 죽은 나뭇가지를 덩굴 식물들이 감고 올라가 빨간색 꽃을 피우고 있어 환상적이다.
독수리 바위 (Eagle Rock). 게리 비치 (Garie Beach)에서 와타몰라 (Wattamolla)를 향해 약 2시간 정도 걸으면 독수리 머리의 형상을 한 바위를 볼 수 있다. 동양 사람이 먼저 이 바위를 보고 이름을 지었다면 ‘거북이 바위’라고 했을 듯도 하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검은색 수영복만 입고 독수리 머리 위에 올라서있는 아담을 볼 수 있다.
독수리 바위 쪽에 가면 바다로 바로 떨어져 내리는 폭포 세 개를 볼 수 있다. 사진에서는 폭포 두 개만 선명하게 보이나 현장에서는 사진 왼쪽으로 멀리 있는 세 번째 폭포도 잘 볼 수 있다.
이 덩굴 야생화는 새끼손톱만큼 작기 때문에 가까이 사진을 찍어 보기 이전에는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현재 (8월) 로열 국립 공원에서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인데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작아서 꽃 모양이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진을 가까이 찍어보니 역시 정교한 꽃의 모양과 색이 아름답게 드러난다.
엉성한 나뭇가지 위에 피어있는 이 꽃들도 흔히 지나치게 되는데 가까이 보면 별처럼 예쁘다.
와타몰라 (Wattamolla)의 절벽. 야생화와 푸른 바다, 절벽, 폭포 등을 보며 걷다 보면 케리 비치에 부서부터 와타몰라까지 힘든 줄 모르고 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