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본 비엔나

우리가 본 비엔나

2018-11-24 4 By Adam and Eve

INNERE STADT (인네레슈타트)

이 지역에는 각종 박물관, 궁전, 성당, 오페라 하우스, 세계적인 고급 브랜드가 모두 들어와 있는 쇼핑 거리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옛날 건축물과 현대식 건축물의 만남. 고풍스러운 건물 안에 세계적인 명성의 고급 브랜드 상점들이 모두 들어와있다.

그중에서 호프브르크 왕궁(Hofburg Wien)의 Sisi Museum (씨씨 박물관)은 오스트리아의 가장 유명한 황후인 엘리자베스 황후(일명 씨씨)가 거처로 사용했던 곳이었다. 이 박물관은 크게 두 개의 전시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 전시관은 왕궁에서 만찬이나 피로연 등 주요 행사에 쓰였던 호화로운 각종 식기류와 테이블 장식용 소도구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금과 은의 촛대나 테이블 중앙에 놓는 장식용 소도구들은 규모도 크고 문양과 장식이 정교하며 화려하여 시각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게 할 정도이다.

또 다른 전시 공간은 엘리자베스 황후의 침실과 욕실, 화장실, 응접실 등의 생활 공간 함께 내부 시설 및 가구들을 전시하며 그녀의 삶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인상적인 것으로는 우선 먼저 엘리자베스 황후의 뛰어난 외모를 꼽을 수 있다. 그녀는 172 cm의 큰 키에 얼굴은 말 그대로 주먹만큼 작고 허리는 정상적인 사람의 허리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늘어 호리병 같은 모습이다. 그녀는 임신을 네 번씩이나 하고 57세에 증조할머니가 된 이후에도 체중 50킬로 이하의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우유 다이어트를 하고 매일같이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침실과 가까운 곳에는 그녀가 실내 체조실로 사용했던 공간과 운동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지금의 실내 체조 선수들이 사용했을 듯한 그런 기구들도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엘리자베스 황후와 그녀의 남편 후렌즈 조셉(Franz Joseph) 황제의 침실이다. 그녀의 침실은 공간 자체는 넓은 반면 침대 자체는 더블베드 정도의 작은 크기에 오늘날 3성급 호텔에나 있을 듯한 지나치리만큼 평범해 보이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황후의 침대라기보다는 궁녀의 침대 같아 보였다. 그리고 황제의 침실은 별도로 있었는데 역시 그의 침대도 오늘날의 싱글 베드 정도 크기로 매우 작고 간단하며 침대가 서재와 같은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처음 이것을 보았을 때 나는 황제가 책을 읽다 피곤하면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간이침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황제 부부가 함께 자는 침실은 따로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둘러보았으나 전시관의 출구를 나올 때까지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이 함께 자는 침대는 따로 없는 듯해 보였다. 지금까지 나는 황제 부부라면 무척 크고 호화로운 침실과 침대를 사용할 것이라 생각해 왔는데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어쨌든 씨씨 박물관은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다.

이네레슈타트 지역에서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가도 가도 끝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고급 상가들, 그 사이로 인산 인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관광을 하다 보면 눈도 피곤하고 다리도 피곤해진다. 이럴 때 DEMEL Vienna (디믈 비엔나)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디믈은 과거에 오스트리아 황실의 제과점이었고 현재는 비엔나의 주요 관광명소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거의 230년의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한 카페이다. 이곳의 제비꽃 캔디는 몸매 관리에 집착했던 엘리자베스 황후마저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디믈의 다양한 케익 중에서 전형적인 오스트리아 디저트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Annatorte (아나토트)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커피와 함께 아나토트를 먹어보았다. 맛은? yum!

이곳에서는 케익뿐 아니라 아침식사 및 샌드위치나 샐러드와 같은 간단한 음식 그리고 커피나 알코올음료까지 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다. 물론 가격은 비싸다. 비엔나에서 보통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려면 3유로 든다면 이곳에서는 5.90 유로가 든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디믈은 처음 개점했을 때부터 오로지 여자 직원만을 고용해 왔고 지금도 그 전통을 계속 유지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LEOPOLD MUSEUM (레오폴드 박물관)

우리 말로는 박물관보다는 미술관이라는 명칭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뮤지움 스크바르티어 (박물관 광장) 안의 한 건물인 이 미술관에는 유명한 화가나 사진작가 등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내가 방문했던 2018년 10월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가장 유명한 화가 GUSTAV KLIMT(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올해는 그이 사망 100주년이 되는 시점.

그가 남기고 간 연습용 스케치나 완성 작품들은 그의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고, 일 세기가 지난 오늘날의 관점에서조차 포르노라고 할 만큼 금기로 했을 만한 에로틱한 여성의 나체와 성적인 묘사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클림트가 남긴 연습용 스케치의 일부. 이것은 그의 다른 스케치에 비해 굉장히 점잖은 것들이다.

클림트의 그림을 보면 지금부터 100년 전 유럽 여성들의 성이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개방되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스케치 작품들은 선명하지 않아 가까이 가야만 제대로 볼 수 있고 사진을 찍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담이 이것들을 사진에 담는 것을 포기했지만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이 전시관에서 보냈다.

클림트는 한때 황제로부터 인정을 받고 궁에서 용역을 많이 받아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때도 있었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의 작품들은 오랫동안 학계나 예술계에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의 그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The Kiss(키스)인데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레오폴드 박물관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이 그림이 다른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었다.

유명한 클림트 작품 중의 하나인 ‘Death and Life’ (죽음과 삶).

우리는 비엔나에서 이런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걸으며 그리고 호텔 근처에서 차도를 건너다 우연히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교통 신호등. 장소에 따라서 신호등 안에 묘사된 사람 모습이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이것은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과 함께 이성 커플 또는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이 손을 잡고 서있거나 길을 건너는 모습의 신호등이다.

게이 커플 이미지의 신호등

레즈비언 커플 이미지의 신호등

이성 커플 이미지의 신호등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2015년 비엔나에서 유럽 연합 국가들의 팝송 콘테스트인 EURO Vision (유로비전)을 주최하면서 관용의 상징으로 처음 설치되었는데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좋아 당국에서는 이를 영구적으로 놔두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비엔나에서 길을 건널 때 교통 신호등의 모습을 주시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