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의 야라 밸리

안식의 야라 밸리

2021-06-03 0 By Adam and Eve

비행기를 타고 창밖으로 내려다본 호주 아웃백은 마치 햇볕에 그을리고 말라 쩍쩍 갈라진 거북이 등을 보는듯하다. 높은 산이나 우거진 숲이 없이 붉은색의 흙과 바위가 주를 이루는 평평한 지면에 수천 년 동안 물길이 가로 세로 새겨놓은 골들이 기하학적 문양으로 펼쳐져 있다. 해안에서 벗아나 내륙으로 들어가면 예외 없이 사막이나 반사막의 척박한 땅과 혹독한 자연이 잡아먹을 듯 위협하는 곳이 호주이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이런 호주의 자연을 잘 모르는 해외여행객들이 종종 생명을 잃기도 한다. 작년에도 한국인 남자 한 명이 주말에 혼자 아웃백 캠핑을 떠났다 주검이 되어 발견되었다.)

그런데 호주의 동해안 남쪽 끝자락에 있는 빅토리아는 호주 본토에서 가장 인간 친화적인 온순한 자연을 혜택받은 예외적인 주이다. 빅토리아 주는 다른 주에 비해 면적이 현저히 작고 주요 마을이나 타운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아 도로 여행을 하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대부분 목장이나 농경지로 되어있어 목가적인 전원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등산을 하고 스키를 탈 수 있는 높은 산도 있어 로맨틱한 주말여행 또는 액션이 가득한 가족여행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빅토리아 주에는 20개 이상의 와인 지역이 있어 어디로 여행을 가든 쉽게 와이너리에 들러 현지의 신선한 농수산물로 준비한 음식이나 치즈와 함께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어 와인 애호가들과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빅토리아 주에 있는 여러 와인 지역 중 대표적인 곳으로 단연 모닝튼 페닌슐라(Mornington Peninsula)와 야라 밸리(Yarra Valley)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지면에서는 야라 밸리로 여행을 떠나본다.

야라 밸리(Yarra Valley)에 관하여

야라 밸리는 빅토리아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지역으로 와인의 역사는 초기 정착민들이 처음 포도나무를 심은 18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멜번에서 북쪽으로 약 40분 운전 거리에 있는 야라 밸리는 다수의 명성 있는 와이너리와 고급 레스토랑이 있고 도심에서 가깝다는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해외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포도밭을 배경으로 와인잔을 손에 들고 로맨틱한 데이트 여행을 즐기는 연인들, 친구들과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나온 활기 넘치는 젊은이들, 와이너리 투어 미니버스를 타고 여러 와이너리를 돌며 시음을 즐기는 와인 시음 애호가들,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을 나온 젊은 부부 등 야라 밸리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들에게서 한결같이 느껴지는 ‘느긋함, 여유’이다.

야라 밸리는 한여름인 1월의 중간 기온이 섭씨 18도 정도밖에 안되는 서늘한 기후인데 따라서 이런 서늘한 기후에 적합한 포도 품종인 피노 노와(Pinot Noir)와 샤도네 (Chardonnay)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오늘날 야라 밸리에는 유명 브랜드 와이너리와 장인 스타일의 작은 와이너리 등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가 밀집해 있다.

개인적으로 와이너리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포도 수확기라고 생각한다. 잘 읽은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을 보면 마음도 풍성해지고 운이 좋으면 포도를 수확하는 활기찬 모습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야라 밸리의 포도 수확기는 3월 초에서부터 5월 초 사이이다.

추천하는 와이너리

예링 스테이션 (Yering Station)

1838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라이리(Ryrie) 형제들이 야라 밸리에 이주하여 자신들의 토지를 원주민어를 따서 ‘예링’이라 명명하고 이곳에 처음 포도나무를 심었다. 바로 예링 스테이션은 오늘날 야라 벨리가 빅토리아 주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와인 지역으로 성장하기까지 모태가 된 와이너리라고 할 수 있다.

예링 스테이션은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와인 전시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는 화려한 전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예링 스테이션은 지금까지 소유주가 몇 차례 바뀌기는 했어도 여전히 한 가족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와이너리로 건재하고 있다.

예링 스테이션은 초기에 지어진 오래된 와이너리 건물을 시음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좀 더 최근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에는 고급 와인 바 / 레스토랑, 아트 갤러리 등이 있다. 결혼식이나 피로연 등을 할 수 있는 부대시설뿐 아니라 고급 숙소까지 갖춰져 있다.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과 조경에 많은 신경을 쓴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좀 더 저렴한 방법으로 와인 시음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면 시음실 바로 밖에 있는 테이크 아웃 매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서 야외 테이블이나 벤치 또는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잘 다듬어진 나무 밑에는 야외 의자도 있고 돗자리도 깔려있다. 그리고 이 매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상당히 품질이 좋은 건강식들이 대부분인데 의외로 김치를 재료로 넣은 음식도 있다.

예링 스테이션이 전문으로 하는 와인은 샤도네(Chardonnay), 피노 노와(Pinot Noir), 시라즈 비오녜(Shiraz Viognier), 케버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다. 시음 비용은 $20이지만 시음 후 와인을 구매할 경우 시음 비용은 전면 면제받을 수 있다.

위치 – 38, Melba Highway, Yarra Glen, VIC, 3775

쉔돈 (Chandon)

프랑스의 모엣 엔 쉔돈(Moet & Chandon)은 야라 벨리의 기후와 토양이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기에 적합하다 판단하고 1986년에 쉔돈 오스트레일리아를 야라 벨리에 설립하였다. 샴페인 또는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세 가지 주요 포도 품종은 피노 노와, 샤도네, 피노 무니에(Pinot Meunier)인데, 이미 언급했듯이 야라 밸리는 서늘한 기후로 피노 노와와 샤도네 산지로 적합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쉔돈은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와이너리, 빈야드, 시음실, 레스토랑 등 최고급의 시설과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관리가 깊은 인상을 준다. 멀리 보이는 산과 물 그리고 잔디밭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러지는 포도밭 전경은 보는 이에게 즉각 평화와 안정감을 준다. 다른 곳은 가지 않더라도 야라 밸리에 왔다면 반드시 쉔돈만큼은 가보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위치 – 727, Maroondah Highway, Coldstream, VIC, 3770

리저브 와인(Reserve wine)이란?

전통적으로 리저브라는 개념은 와인 메이커가 특별히 고품질의 맛 좋은 와인을 많이 생산했을 경우 그 와인을 일부 비축해 두었던 데서 유래한다. 그런데 오늘날 와인 레이블에서 리저브 (Reserve)라는 단어는 국가마다 의미하는 바에 큰 차이가 있다. 어떤 국가에서는 굉장히 철저한 규정을 만족시켜야만 이 단어를 레이블에 쓸 수 있는가 하면 어떤 국가에서는 사실상 기술적으로 아무런 의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스페인에서 리저바(Reserva)라는 단어를 와인 레이블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1년 동안 오크 배럴 숙성을 포함하여 최소한 3년을 숙성시켜야 하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태리에서 리저바(Riserva) 와인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 최소 2년의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미국, 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 와인 신생국에서는 리저브 와인에 대한 정해진 규칙이 없다. 따라서 숙성기간이나 품질과는 전혀 상관없이 리저브라는 단어를 레이블에 사용할 수 있고 하나의 브랜드로서 사용을 하는 것도 사실상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와인 메이커들은 리저브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바를 존중하는 편이고 그들 나름대로 리저브 와인이라 부르는 기준이 있다.

호주에서 리저브 와인은 숙성기간과는 전혀 상관없이 최고 등급의 포도를 가지고 만든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정 연도에 특정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의 품질이 뛰어날 경우 와인 메이커는 이 포도를 가지고 리저브 와인을 만든다. 와인 메이커는 특별히 고품질의 포도가 생산된 경우에만 리저브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와인을 해마다 생산하더라도 리저브 와인을 생산하지 않고 건너뛰는 해도 있다. 결국 호주의 리저브 와인은 어떤 정해진 규정이 있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와인 메이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최고 등급의 와인을 가지고 만든 품질 좋은 와인이다.

와이너리를 방문할 때 한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동종의 와인을 리저브 와인과 일반 와인을 동시에 시음해 보고 그 맛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지 시도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