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다윈

다사다난 했던 다윈

2021-04-02 0 By Adam and Eve

다윈(Darwin)에 대하여

다윈은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의 수도이자 호주의 가장 북쪽 끝에 위치한 주요 도시이다. 하지만 규모는 아주 작은 편이다. 간단히 말해 다윈은 수심이 낮고 갯벌이 넓은 서해 바닷가에 경기도 의왕시를 옮겨 놓은 것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한편 노던 테리토리는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를 합친 것과 비슷한 광활한 면적이라 다윈이 속한 탑 엔드(Top End)라고 불리는 북쪽은 열대성 기후이고, 레드 센터(Red Center)라고 불리는 테리토리의 남쪽은 반건조 기후에 속한다.

다윈은 지리적으로 호주 내 다른 주요 도시보다 오히려 인도네시아의 유명 휴양지 발리(Bali)가 있는 덴파사(Denpasar) 공항에 더 가깝다. 다윈에서 덴파사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반이 걸리는 반면 우리는 시드니에서 4시간 반 동안 날아서 다윈에 도착했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웠던 코비드 전에는 다윈 현지인들이 종종 발리로 날아가 신나게 파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워러프론드(Waterfront) 지역은 다수의 고급 레스토랑, 쿠루즈선을 타는 선착장, 아쿠아 파크가 있는 곳으로 다윈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이다.

찰스 다윈이 다윈에 방문했나?

지명 다윈은 영국의 진화론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찰스 다윈이 이곳을 방문한 후 그의 진화론을 공고히 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상 찰스 다윈은 호주의 다른 곳은 방문한 적이 있어도 다윈을 방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명 다윈의 기원은 이렇다. 1839년 영국의 존 로트 스톡스 (John Lort Stokes) 중위를 태운 비글함(HMS Beagle)이 지금의 다윈항에 도착하였고 과거 찰스 다윈과 항해를 같이 했던 적이 있었던 스톡스 중위는 그의 이름을 따서 이곳을 다윈항이라 명명하였다. 그 후 유럽인들의 정착지가 점점 발전하고 커지면서 원래 팔머스톤(Palmerston)이라 부르던 지역을 개명하여 도시 전체를 다윈으로 부르게 되었다.

1836년 26세의 찰스 다윈은 시드니에 도착한 후 2달 동안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불루마운튼과 태즈마니아의 호바트 그리고 서부 호주의 남부 지역을 돌아보며 이곳의 독특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수많은 표본을 수집하며 자연 도태에 의한 진화론을 착안해 내게 된다. 결국 호주의 동식물들이 다윈의 ‘On The Origin Of Species’의 아이디어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다. 사진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바로 앞에서 본 포섬(Possum). 포섬은 캥거루처럼 아기 주머니가 있는 유대동물이다. 뭔가를 손에 들고 먹고 있는 엄마 포섬의 주머니에 아기 포섬이 들어있는 것이 보인다.

다윈의 파괴적인 역사

2차 대전 때, 더 정확히 말하자면 1942년 2월 19일 하와이의 진주항을 폭격한 일본군들이 바로 호주로 날아와 다윈을 폭격하여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고 도시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후에도 일본군은 1943년 10월까지 총 60번에 걸쳐 공습에 공습을 가했다. 그 당시 다윈이 일본군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호주 전역에 알려지면 국민들이 공포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라는 염려 때문에 호주 정부에서는 다윈의 폭격을 널리 알리지 않아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한편 1974년에는 크리스마스 날 새벽 강력한 사이클론이 불어와 다윈이 또다시 초토화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주민 3만 명이 공수작전을 통해 대피해야 하는 천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대파괴와 재건을 거듭한 과거 때문에 다윈에는 돌로 지은 서너 개의 작은 건물을 제외하고 모두 새로 지은 현대적 건축물 밖에 없다.

다윈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온이 비교적 낮고 건기인 4월부터 10월 사이가 다윈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다. 적도 바로 밑에 위치한 다윈은 열대성 기후에 해당하여 사계절 낮 기온이 늘 섭씨 30도 이상 올라가고 습도가 몹시 높은 찜통더위가 계속된다. 우리는 호주의 가을인 3월 말에 갔는데도 물가에 있는 야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도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또한 11월에서 4월까지는 보통 사이클론 계절이다. 다윈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도 된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던 하늘이 순식간에 돌변해 강풍을 동반한 소나기를 퍼붓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해가 방긋 나오기도 한다. 보통 하루 중 이런 기상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이 오후 3시경이다. 따라서 다윈에 있는 대다수의 상점들이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오후 3시경에 문을 닫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다윈의 기후 때문에 많은 볼만한 행사들이 4월과 10월 사이에 열린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Double Tree by Hilton 바로 앞 공원에서 본 일몰

볼거리 / 할 거리

  • 다윈 워러프론트(Waterfront) – Sunset Cruise, Lunch Cruise, Dinner Cruise 등 각종 쿠르즈를 즐길 수 있고 고급 레스토랑과 물놀이 시설을 갖추고 있다. 다윈시에서 가장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 민딜 비치 (Mindil Beach) – 다윈 시내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민딜 비치는 아름다운 일몰로 유명하고 4월부터 10월 사이에 해변에서 마켓이 열린다. 시드니의 아름다운 해변에 익숙해진 탓인지 나는 민딜 비치가 그다지 아름답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 크라코소러스 코브(Crocosaurus Cove) – 다윈 시내 한복판에서 악어를 구경하고, 먹이도 주고, 원한다면 안전하게 수영을 하며 물속에서 악어를 가까이 볼 수도 있는 곳. 이곳 외에도 그룹 투어를 통해 야생 악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다.
  • 인근 지역으로 당일 투어그룹 여행 – 티위 섬 (Tiwi Island), 리치필드(Lichfield) 국립공원.

추천 음식 – 악어 고기 / 바라먼디 생선

노던 테리토리에는 바다악어 (Saltwater Crocodile)가 많고 사육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다윈에서는 레스토랑이나 펍에서 쉽게 악어 요리를 먹어볼 수 있다. 악어 고기를 갈아 소시지를 만들기도 하고 빵가루에 묻혀 튀기기도 하는 등 다른 고기처럼 다양한 요리법이 있는데 맛은 생선과 닭고기를 섞어 놓은 듯하고 식감은 일반 생선보다 약간 꼬들꼬들하고 닭살보다 연하다.

바라먼디 (Barramundi)는 호주의 가장 대표적인 물고기이다. 주로 호주 북부에서 서식하는데 생선을 통째로 바비큐 하거나 오븐이나 펜에 익혀 레몬을 뿌려 먹기도 한다. 바라먼디는 비싼 가격에 비해 맛은 맹숭맹숭한 편이다.

큰 나무 그늘에 이끌려 들어가 악어 고기를 맛보았던 다윈 시내에 있는 펍 ‘The Tap’.

시드니, 뉴욕, 파리 등 도시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인 곳이 있다. 그러나 다윈은 특별히 아름답거나 볼거리/할 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행의 목적지가 아닌 다른 여행지로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 또는 여정의 종착지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자연의 장엄함과 냉혹함, 위협을 경험해보고자 길을 떠나는 문명인들이 잠깐 들리는 곳, 힘들고 긴 여행 후에 도달하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 바로 다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