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들레이드 힐스(Adelaide Hills)

에들레이드 힐스(Adelaide Hills)

2021-05-01 0 By Adam and Eve

작고 예쁜 독일 마을이 민속촌처럼 호주 안에 둥지를 틀고 있는 곳, 전망 좋은 와이너리들이 언덕 위에서 어서 오라 손짓하는 곳, 호주에서는 드물게 계절의 변화를 색으로 볼 수 있는 곳, 포도밭과 과수원을 지나는 산길이 아름다운 곳, 바로 에들레이드 힐스이다.

남호주(South Australia)의 주도 에들레이드(Adelaide)에서 차로 단지 30분 거리에 있는 에들레이드 힐스(Adelaide Hills)는 그 이름이 암시하듯 에들레이드를 원형극장처럼 반원으로 싸고 있는 언덕으로 해외 관광객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이자 휴식의 공간이다.

호주 속의 작은 독일, 한도프 (Hahndorf)

한도프는 1839년 푸르시아(Prussia)의 루터 교도(Lutheran) 인들이 종교의 박해를 피해 호주로 집단 이주하며 정착해 세운 독일풍의 운치 있는 마을이다. 크고 작은 독일식 건축물과 함께 마을 중심 거리를 따라 초기 이민자들이 심어놓은 100년 이상 된 느릅나무 가로수로는 유럽의 정취를 더한다. 그리고 중심가를 따라 독일식 펍과 레스토랑, 작은 아트 갤러리, 박물관, 옷 가게, 신발 가게, 뻐꾸기 시계, 수공예 가죽 제품 가게, 기념품 가게 등 올망졸망한 상점들이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구 반대쪽에서 잠시나마 독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조약돌만 한 기회를 선사하는 한도프는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특히 더 아름답다. 그런데 에들레이드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을 뿐 아니라 인근에 전망과 분위기 좋은 와이너리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많은 방문객 차량들로 마을의 도로가 상당히 붐빌 때도 있다. 다행히 마을의 양쪽 끝에는 시간제한 없이 주차할 수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마을이 그다지 크지 않아 어디에 주차를 하든 걸어서 쉽게 마을 전체를 다 볼 수 있다.

추천하는 와이너리

고도가 비교적 높은 에들레이드 힐스는 한여름인 1월의 중간 기온이 섭씨 19.1 도로 서늘한 편이다. 이런 서늘한 기후에 적합한 포도의 품종은 피노 노와(Pinot Noir)와 샤도네(Chardonnay)인데 에들레이드 힐스는 과일향이 풍부하고 엘러건트한 스타일의 피노 노와(Pinot Noir)와 샤도네(Chardonnay)로 잘 알려져 있다.

에들에이드 힐스에는 크고 작은 와이너리가 60개 이상 있으므로 투숙하고 있는 숙소나 관광정보 센터에서 와이너리 지도를 얻어 반드시 가보고 싶은 몇 곳을 미리 선정해 동선을 정한 후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와이너리를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이다.

다음은 우리가 직접 가본 몇몇 와이너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두 곳을 뽑은 것.

1. 파이크 엔 조이스 (Pike & Joyce)

높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파이크 엔 조이스의 현대적 건물은 와이너리 주변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방문객들에게 180도 각도의 탁 트인 전망을 선사한다. 시음실, 바, 레스토랑 시설이 있고 야외 결혼식, 피로연 등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여건이 갖춰져있다.

파이크 엔 조이스는 에들레이드 힐스에 있는 와이너리 중에서 전망과 분위기에 있어서 우리가 가장 맘에 들어 한 곳이다. 이에 대해 많은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생각을 같이 하는 듯해 보였다. 손깍지를 끼고 전망과 분위기를 즐기며 속삭이는 젊은 연인의 모습이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더했고, 다음 날 있을 결혼식 준비를 위해 양가 부모와 함께 온 예비 신랑 신부도 행복해 보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와인을 시음하는 대신 피노 노와 한 잔만을 마셨기 때문에 파이크 엔 조이스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맛과 품질에 대해 논평할 수는 없다. 다만 피노 노와에는 약간 실망했으니 우리는 이곳에서 와인을 즐기는 대신 이곳이 제공하는 전망과 분위기를 즐겼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위치 – 730 Mawson Road, Lenswood SA

2. 더 래인 빈야드 (The Lane Vineyard)

더 래인 빈야드 역시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포도밭의 전경을 보며 와인 시음을 하거나 현대적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와이너리이다. 1993년에 설립되어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더 래인 빈야드는 에들레이드 힐스의 와인 관광 산업계에서 이미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시음실이 비교적 작은 편이기 때문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곳에 비해 오히려 개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와이너리는 품질을 4등급으로 분류하여 와인을 생산하는데 우리는 각각 다른 등급의 시라즈(Shiraz)를 시음해 보았다. 와인 맛도 전경만큼이나 나쁘지 않은 편이다.

위치 – 5, Ravenwood Lane, Balhannah, SA

나는 한도프에서 찬비를 맞고 추위를 느꼈고, 가을 단풍을 보며 행복했으며, 독일식 카페에서 애플 스트루들을 먹으며 독일인의 억양 대신 귀에 쟁쟁이는 호주인 억양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 후 햇살 좋은 와이너리에서 와인향을 맡으며 평정을 되찾았다. 나에게 에들레이드 힐스로의 여행은 오감이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며 기억을 소환하는 감각 여행이었다. 농장에서 포도 따는 일을 하며 한동안 눌러앉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답다.

왕초보를 위한 와인 시음 가이드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아담과 내가 연애하던 시절 시드니에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헌터 벨리 (Hunter Valley)로 와이너리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다. 나는 이때 머리에 털 나고 처음 와인 시음이란 것을 해보게 되었는데 약간 당황스럽고 와인 시음에 대한 기본도 모르는 내 무지함에 창피스럽기까지 했다. 와인 시음이란 단순히 와인을 잔에 부어 마셔보는 행위 이상의 다도(茶道)와 같은 의식에 가까웠다.

잔에 담긴 와인을 마구 돌리고, 코를 잔 안에 들이대고 냄새를 맡기도 하고, 와인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어 먹듯 마시는 이상한 사람들을 TV에서 본 기억이 전부인 나에게 진지한 의식을 수행하는 듯한 와인 시음은 당혹스럽게 느껴졌었다.

그때의 나와 같은 왕초보들을 위하여 뒤늦게 터득한 와인 시음 관련 10 가지 기본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1. 와인 시음에는 어두운색 옷을 입고 가는 것이 좋다 – 이는 잔에 든 레드 와인을 휘젓듯 빙빙 돌리다 실수로 입고 있던 옷에 엎질렀을 경우 밝은 색 옷보다 얼룩을 가리기 쉽기 때문이다.
  2. 와인 시음에 갈 때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 와인 시음에서 제대로 와인 맛을 보기위 해서는 와인의 향을 맡는 것이 중요한테 몸에 뿌린 향수가 우리의 후각을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향수 뿌리는 것을 피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고 시음하러 온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3. 와인 잔을 잡을 때는 와인이 담긴 잔의 몸통, 볼(Bowl)을 잡지 않는다 – 결국 튤립꽃 모양의 몸통을 받치고 있는 줄기인 스템(stem)을 잡거나 와인잔의 가장 아랫부분에서 지지대가 되어 주는 부분, 베이스(base)를 잡는다. 이는 체온이 와인의 온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고, 와인색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볼에 손자국을 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4. 와인색은 흰색 벽이나 종이 등을 배경으로 와인 잔을 약 45도 각도로 기울여서 본다 – 잔을 기울였을 때 중앙의 와인색과 가장자리 부분의 색을 관찰하고 와인이 앙금 없이 맑은지 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와인색을 본다고 해서 좋은 와인인지 비싼 와인인지 등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이렇게 하면 뭔가 와인에 대해 아는 것처럼 보인다. 🤣🤣🤣. 단, 레드 와인은 오래될수록 그 색이 옅어지고 화이트 와인은 오래될수록 색이 진해진다. 그리고 레드 와인은 오래 될수록 원래의 보라색이나 루비색이 점차 붉은 벽돌색을 띄게 된다. 이런 미묘한 색의 차이는 잔을 기울였을 때 와인의 가장자리 부분에서 더 쉽게 분별할 수 있다.

5. 잔 안의 와인을 빙빙 돌릴 때 처음에는 평평한 지면에 잔을 올려놓고 돌리는 연습을 한다 – 와인의 향과 맛을 음미하기 전에 와인을 섞듯이 잔을 빙빙 돌리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와인이 향을 최대한 발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방금 병을 딴 와인일 경우 그동안 병안에 꼭 갇혀있던 와인이 산소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와인이 산소에 노출되어 산화작용을 하도록 돕는 것인데 산화가 된 정도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달라짐). 처음에는 잔 안에 와인을 빙빙 돌리다 엎지르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잔을 공중에 들지 말고 서빙 테이블의 평평한 지면에 와인잔을 그대로 놓은 상태에서 스템을 잡고 돌리면 훨씬 쉽다. 이렇게 지면 위에서 돌리는 연습을 한 후 나중에 자신이 생겼을 때 잔을 들어 공중에서 돌리면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6. 코를 와인잔 안에 대고 향을 맡아본다 – 시음실에서 와인을 서빙하는 사람들은 특정 와인을 소개하며 ‘ 이 와인에서는 자두 향과 담배 향이 난다’든지 ‘가죽과 시가 상자 냄새’가 난다는 등의 이상한 설명을 한다. 그런데 직접 와인잔에 코를 박고 아무리 킁킁거려봐도 처음에는 알코올과 와인 냄새만 맡을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와인향을 맡았을 때 전에 이와 비슷한 냄새를 어디에서 또는 무엇에서 맡아보았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숨어있던 미묘한 와인의 향을 하나씩 집어낼 수 있게 된다. 와인향 맡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7.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물고 바로 삼키지 말고 온 입안에 와인이 골고루 닿도록 입가심하듯 한 후 삼킨다 – 양치질 후 가글 하듯 와인을 시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아담이 그중 하나) 어떤 이는 오징어 다리를 씹듯이 와인을 질겅질겅 씹어 마시는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는 약간 품위도 없고 지나친 행동으로 보인다.

8. 필요할 때는 와인 뱉는 버킷 (spittoon 또는 spit bucket)을 과감히 사용한다 – 스피툰은 와인을 입안에 물고 맛만 본 후 뱉어 내거나 시음 후 남은 와인을 쏟아붓는 용도로 사용하는 용기이다. 이를 사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술에 취하면 와인 맛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 앞에서 입에 물고 있던 내용물을 뱉어낸다는 것이 흉해 보일 것 같아 품위 있게 와인 뱉는 방법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답변은 NO였다. 그냥 뱉으란다. 와인을 삼키지 않으면 맛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나는 각각의 와인을 조금씩 삼키고 나머지는 잔에서 스피툰에 버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9. 와인에 대해 의견을 물어왔을 때 뭐라고 답변할지 난감할 때 “It’s interesting (흥미롭군요)”라고 말한다 – 와인의 향과 맛에 대해 몰라서 할 말이 없거나 아니면 와인에 대해 좀 안다고 잘난척하는 사람이 내 의견을 물을 때 ‘모른다’라고 대답하는 대신 흥미롭다는 알쏭달쏭 한 답변을 해서 듣는 사람이 알아서 해석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와인이 정말 맛이 없는데 솔직히 말하면 물어본 사람의 기분을 언짢게 할 상황에서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표현이 “It’s interesting”이다. 최근 우리는 작은 와이너리에서 그 와이너리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와인을 맛보았는데 그 맛이 형편없었다. 우리에게 직접 와인을 서빙하던 와이너리 주인은 우리의 의견을 물어왔는데 나는 “It’s interesting”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렇죠?”라며 내 답변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얼굴에 생기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아담은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별로네요”라고 솔직히 대답했다. 물론 와이너리 주인장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고 아담은 나중에 부연 설명에 사과까지 하고 나왔다. 결론적으로 “It’s interesting”은 무지함을 가리고, 잘난척하는 사람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며, 남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흰색 거짓말용으로 쓸 수 있는 아주 유용한 표현이다.

10. 마지막으로 와인 시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와인을 즐기는 것이다. 와인은 궁극적으로 음료, 술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