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프리미엄 시라즈

호주 프리미엄 시라즈

2021-07-22 0 By Adam and Eve

호주인들의 기본적인 성향은 정해진 틀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실험 정신과 두름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호주인들의 특성은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여러 가지 획기적인 발명품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기 블랙박스나 비행기가 바다에 비상 착륙했을 경우 뗏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팽창형 비상 탈출 슬라이드 모두 호주인들의 발명품이다.

호주 와인 메이커들도 틀에 구애받지 않는 실험 정신에 있어서는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전통적인 와인 기법을 배우되 이를 단순히 따르고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아주 다양한 스타일의 새로운 와인을 만들어 낸다. 한마디로 호주는 호주식 와인을 만든다. 이렇게 실험적인 와인 중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와인 대국의 와인 전문가들조차 그 맛과 품질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주 특별한 와인이 종종 탄생하기도 한다.

단연 호주를 대표하는 와인은 진하고 강렬한 맛의 시라즈(Shiraz)이다. 시라즈는 20년까지 잘 숙성되고 프리미엄 와인일 경우 최대 반세기까지도 그 기품 있는 맛을 잘 유지할 수 있는데, 아래에 언급된 와인은 모두 오래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와인들이다.

이 블로그는 호주 와인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하여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소개하는 것일 뿐 특정 브랜드나 상품의 홍보나 구매를 제안하는 것이 절대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와인의 지명도를 비교하는 하나의 잣대로서 호주 국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을 언급하고 있다. 특정 와인은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으나 다음번 호주 여행을 대비해 눈여겨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사적 또는 사업상의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게 될지….🙄

펜폴즈, 그런지(Penfolds, Grange)

펜폴즈 그런지는 두말할 나위 없이 호주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이다. 펜폴즈(Penfolds)는 원래 영국 출신의 내과 의사 크리스토퍼 로슨 펜폴드(Christopher Rawson Penfold)와 그의 아내 메리 펜폴드(Mary Penfold)가 호주로 이민 와서 1844년 남호주(South Australia)의 애들레이드(Adelaide)에 설립한 와인 제조 업체이다.

펜폴즈의 주춧돌인 그런지(Grange)는 펜폴즈 소속 수석 와인 메이커 맥스 슈버트 (Max Schubert)가 1951년 처음 만들기 시작하였다. 슈버트는 프랑스의 보도(Bordeaux) 지역을 방문한 후 유럽의 정확한 와인 제조 방식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보도 와인에 버금갈 만한 호주 와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도 레드 와인에 사용되는 포도인 케버네 소비뇽, 케버네 프랑, 멀로, 말백이 호주에서는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호주에서 많이 생산되는 시라즈를 대신 사용하기로 했다.

이로부터 7년 후 슈버트는 자신이 개발한 새로운 와인을 펜폴즈 경영진에게 내놓았는데 경영진은 그에게 당장 생산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슈버트는 경영진 몰래 작업을 계속 진행했고 1960년 그런지 빈 1 (Grange Bin 1)을 출시하자 대단한 찬사와 함께 즉각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그제서야 펜폴즈 경영진은 슈버트에게 그의 독창적인 와인을 다시 제조하도록 허락했는데 알고 보니 슈버트는 1951년부터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 와인을 꾸준히 만들어오고 있었다. 이렇게 펜폴즈 그런지는 한 사람의 고집스러운 실험 정신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펜폴즈 그런지는 전 세계 와인 수집가들로부터 선망을 받고 있는데 작년 멜번(Melbourne)에서 열린 와인 경매에서 슈버트가 직접 사인한 1951년 빈티지 한 병이 AS$ 122,001 (9천7백6십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한편 2016년 빈티지는 한 병에 AS$ 950 (76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핸치키, 힐 오브 그레이스 시라즈 (HENSCHKE, Hill of Grace Shiraz)

핸치키 (Henschke)는 남호주(South Australia)의 이든 벨리(Eden Valley)에 있는 1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핸치키 가족의 와이너리이다. 5대째 와인을 제조하고 있는 핸치키는 일관성 있게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평을 받고 있는 중간 규모의 와이너리로 금년 ‘올해의 와이너리(Winery of the Year 2021)’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핸치키 와인 중 가장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힐 오브 그레이스 (Hill of Grace) 시라즈인데 여기에서 힐 오브 그레이스는 포도밭 이름이자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원래 힐 오브 그레이스는 독일의 실리시아(Silesia) 지역에 있는 그나든버그(Gnadenberg)를 번역한 것으로 헨치키 가족 소유의 포도밭 한편에 있는 작고 검소한 루터 교회에 붙여진 이름이다.

힐 오브 그레이스 시라즈는 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만을 가지고 와인을 제조하기 때문에 생산량에 제한이 있고 따라서 힐 오브 그레이스 시라즈를 한 모금이라도 시음하거나 한 병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헨치키에서는 현재 2016년 빈티지를 한 병에 AU$ 890 (71만 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고객 한 명당 한 병만 구매할 수 있다는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브로큰우드, 그레이브야드 시라즈 (Brokenwood, Graveyard Shirz)

브로큰우드(Brokenwood)는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약 3시간 운전 거리에 있는 헌터 밸리(Hunter Valley)에 있는 와이너리이다. 1970년 시드니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3명의 친구가 공동으로 땅을 사고 주말에 가족, 친구, 친지들의 도움을 얻어 포도나무를 심고 취미로 와인을 담기 시작한 데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주말농장으로 시작된 소박한 브로큰우드는 그 후 전문 와인 메이커를 고용하여 꾸준히 와인을 생산하고 품질 향상에 전념해 왔는데 결과 그레이브야드 시라즈 (Graveyard Shirz) 2018년 빈티지는 2021년 올해의 와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레이브야드는 포도밭 이름인데 ‘묘지’라는 으시시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 이곳이 원래 공동묘지 자리로 지정돼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레이브야드 시라즈 2019년 빈티지는 한 병에 AS$ 350 (28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편 브로큰우드를 창립한 변호사 중 한 명인 제임스 할러데이 (James Halliday)는 호주 와인 산업계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설적인 거장이 되었다. 그의 와인에 대한 열정은 원래 직업과는 전혀 다른 길로 그를 인도했는데 오늘날 그는 호주에서 가장 저명한 와인 메이커이자 와인 저술가, 비평가, 감정사이다. 올해 83세인 제임스 할러데이는 ‘뭐든지 시도해 보려는 의욕은 호주인들의 DNA에 새겨져 있다’라고 믿는다.

락포드, 베스킷 프레스 시라즈 (Rockford, Basket Press Shiraz)

락포드(Rockford)는 남호주(South Australia)의 버로사(Barossa)에 있는 소규모 프리미엄 와인 업체이다. 1984년에 설립된 락포드는 상당히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와인 업계에서 탁월한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락포드는 택배 또는 와이너리의 셀러 도어 (Cellar door)를 통해 와인을 직접 구매하는 독실한 회원 고객들을 상당수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락포드는 자신들의 상품을 널리 알리는데 그다지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락포드의 웹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거의 와인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래도 알 사람은 다 안다는 식이다.

락포드 베스킷 프레스 시라즈는 버로사 지역에 있는 작은 빈야드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포도를 가지고 전통적인 와인 제조 방식을 사용해 담근 락포드의 대표적인 와인이다. 헨치키 힐 오브 그레이스만큼이나 귀하기 때문에 손에 넣게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나 가격은 훨씬 싼 편이다. 2015년 빈티지 한 병에 AS$ 260 (21만 원)이다.

사실 시라즈는 시라(Syrah)와 같은 포도 품종인데 호주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시라즈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국제 시장에서 시라즈가 상업적인 대성공을 거두며 와인 제조업자들이 상표에 시라즈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쓰면서 그 이름이 굳어지게 되었다.

시라가 호주에서는 왜 시라즈가 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럽에서 자른 포도나무 가지를 호주로 들여올 때 레이블에 철자를 잘 못 적었기 때문에 시라즈가 돼버렸다는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고, 호주의 강한 어투 때문에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는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다른 나라에서 모두 시라(Syrah)라고 부를 때 호주는 시라즈(Shiraz)라고 부른다. 역시 정해진 틀에 구애받지 않는 호주인들의 기질을 보여준다.😂